혼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할 일이 많다.
그중 개발, 디자인, 기획. 크게 이 3가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이 것들이 게임을 만들때 가장 중요해서 일 것이다.
기획과 개발이 어느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나는 디자인 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누구는 디자인을 먼저 작업할수도 있고, 개발을 다 끝내고 디자인 작업을 할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무엇을 먼저 해야만 하는 것인지. 정답은 없을 것이다. (없겠지?)
하지만 내가 게임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디자인을 정해놓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코딩은 아직 초보인 수준에서 분명 나의 실력에 따라 기획한 부분과 바뀌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판단을 하였고, 만약 어쩔 수 없이 게임의 방향성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디자인이 변경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개발을 모두 마친 다음에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도 걱정이 되었다. 내가 상상만으로 디자인을 그려가며 작업한 후 디자인을 입혔을 때 그 그림이 나올까? 코딩도 초보, 그림도 초보인 나에겐 어느 것 먼저 마무리한 후 다음 것을 진행하기엔 모두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대략적인 게임을 개발해 놓고, 디자인 작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리고 그 때가 되었다.
이제는 디자인 작업을 하고 테스트를 해가며 게임을 완성해 나가고자 한다.
애초에 기획한 게임은 어두운 분위기로 Tormentor X Punisher, Akane, Ubermosh 같은 게임을 레퍼런스로 하고 있었기에 엄청난 퀄리티의 디자인을 목표로 하진 않았다. 물론 내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니 그런 결과물이 나올수도 없는 상황. 그래도 학창시절에 그림을 꽤 그렸던 기억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픽셀로 작업을 할 것이라서 세밀한 선 작업도 필요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탑다운 방식의 게임이고, 기존에도 캐릭터의 머리위에서 내려다 보는 탑뷰로 진행을 했었기에 이번에도 구도를 그렇게 잡고자 하였다. 무기는 권총. 인터넷에서 권총 자세 등을 찾아보며 나름 멋있는 자세를 결정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 집에있는 아이템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대략적인 구도 잡기.

그리고 구체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갔다.

45도 각도로 비대칭을 이루는 어깨라인, 안정되게 권총을 잡은 오른손. 그리고 그 손을 지지하는 왼손. 이를 바탕으로 점을 찍어보았다. 수없이 찍어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맛'이 나지 않았다.
'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깐! 어떻게든 되겠지!'
나의 이런 생각은 오만하다는 것을 이틀만에 느낄 수 있었다. 캐릭터를 창작한다는 것도 어려웠고, 선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픽셀로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여기에 점을 찍으면 너무 가냘퍼 보였고, 그 옆에 찍으면 너무 두꺼웠다. 중간이 없는 듯한 느낌.
기존에 개발했던 게임에서도 아트를 해보긴 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그때는 진짜 대충 그렸고, 이번엔 제대로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아트에도 꽤 공을 들이고자 하니 그 어려움은 훨씬 컸다.

어딘가 허술했다. 그리고 기존 게임의 디자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대충 그렸던 그 캐릭터와 차이가 없다니...
그렇게 이틀간 캐릭터 작업을 하다가 캐릭터 디자인을 전면 수정하기로 하였다.
'귀여움 + 잔인함'
팀원의 아이디어로 귀여움 속에서 나오는 잔인함을 표현해보기로 하였다. 좋은 생각같았다. 평소에 이런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그래서 탑뷰를 사이드뷰로 바꾸기로 하였다.
레퍼런스는 '메이드 인 어비스'.

대충 몇 개의 캐릭터를 스케치해보았다. 역시 귀여운 맛은 작을수록 커졌다. 주인공은 한 아이의 아빠이지만 '아빠'라는 어른스러움과 강인함은 그냥 빼고 캐릭터를 디자인하기로 결심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스타일에 색칠도 해보았다. 나쁘지 않은 듯?
다시 도트를 찍기 시작했다. 최대한 여러 스타일을 참고하며 캐릭터를 그려보았다.

음... 탑뷰보다는 훨씬 나은 듯?
하루 이틀 더 찍어보며 캐릭터를 확정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아직 적 캐릭터들은 시작도 못했는데...
그래도 속도가 좀 나는 듯해서 다행이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도, 때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마주해 당황할때도 있다.
그럴땐 각오를 했더라도 힘이 빠질 수 밖에.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꽤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점을 찍어본다.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거나 게임이 아니더라도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 사실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오늘 한발자국이라도 나아간다면 가만히 있는 나보다 항상 앞설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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